평화와 희망의 상징, 성 베드로 광장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 점등식
Adriana Masotti
12월 9일 오후 5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서 감동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장관을 먼저 감상하려는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성탄 구유와 거대한 성탄 나무의 불이 켜졌다. 바티칸 시국 행정부 장관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이 주례한 이 전통 행사에는 바티칸 시국 행정부 사무총장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 성탄 구유와 나무를 가져온 지역의 공식 대표단이 참석했다. 라치오 주 리에티교구의 발레 산타 레아티나와 피에몬테 주 살루초교구의 마크라 코무네(기초자치단체)에서 각각 파견된 공식 대표단은 행사에 앞서 이날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두 대표단
예술적으로 돋보이는 성탄 구유와 관련한 대표단으로는 리에티교구장 비토 피치논나 주교, “첫 성탄 구유 골짜기”와 바오로 6세 홀에 성탄 구유를 구현한 프로젝트 큐레이터 엔리코 브레산과 조반나 자보티, “리에티의 성당” 합창 밴드가 참석했다. 하얀 전나무로 장식된 성탄 나무를 기증한 도시의 대표단으로는 살루초교구장 크리스티아노 보도 주교와 피에몬테 주지사 알베르토 치리오, 마크라 코무네장 발레리오 카르세티, 마크라 성 다미아노의 “라 레이스” 합창단 등이다.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 군악대는 바티칸 시국의 국가, 이탈리아 국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한 부분을 점등식 중간마다 연주했다.
베르헤스 추기경 “우리도 베들레헴의 목동과 같습니다”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이 행사 개회를 맡았다. 그는 올해가 이탈리아 그레초에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성탄 구유를 재현한지 800년이 되는 해이자 성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규칙서를 교황에게서 추인받은지 800년이 되는 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 지역의 성탄 구유를 떠올리는 구유를 꾸몄고, 성탄 나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지역의 풍부한 전통을 모두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밤 그레초의 목동들처럼 우리도 성탄 구유의 주인공”이라며 “그들처럼 경탄하며 아기 예수님께 다가가자”고 초대했다. “우리는 여정을 떠나는 목동들입니다.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예수님을 선포하도록 부름받은 목동들 말입니다.” 베르헤스 추기경은 성탄 구유 안에 프란치스코 성상을 함께 배치한 것이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탄 나무는 마이라 계곡의 아름다운 자연을 상징한다며, 성탄 나무를 장식한 5000개의 장식별은 마이라 계곡을 상징하는 꽃인 에델바이스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탄시기가 끝난 후 이 성탄 나무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나무 장난감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베르헤스 추기경은 이 성탄 나무가 기쁨을 주고 우리 각자가 곁에 있는 이들에게 빛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에티교구장
리에티교구장 비토 피치논나 주교는 성 프란치스코가 첫 번째 성탄 구유를 재현한 때로부터 정확히 800년 만에 이 성탄 구유를 선보일 수 있게 돼 리에티교구 전체가 기뻐하고 있다며, 성인의 흔적이 담긴 성탄 구유를 온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목격하고 오늘날 파멸과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장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모든 피조물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이 사건은 모든 인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일깨워 줍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엔리코 브레산 씨는 “로마와 세계의 중심 광장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원했던 구유를 재현하기 위해 해발 700미터의 바위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 그레초의 성탄 구유를 진정한 예술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1200년 당시의 복장을 차려입은 실물 크기의 구유 속 인물들은 테라코타 작품이다. 브레산 씨는 지난 12월 6일 교황을 예방하기에 앞서 교황이 합동작업을 한 노동자 103명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밝혔다. “우리는 최근 이스라엘 성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이 성탄 구유가 평화의 상징이 되고, 그 땅 전체에 퍼질 수 있는 에너지의 촉매제가 되길 바랍니다.”
현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나무
성탄 구유 점등식이 끝나자 27미터 높이의 성탄 나무를 선물한 피에몬테 대표단의 연설이 이어졌다. 살루초교구장 크리스티아노 보도 주교는 성탄시기 동안 성 베드로 광장을 밝힐 전나무를 선물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나무는 숲과 녹지가 풍부하고 작은 경당들로 둘러싸인 오솔길이 있는 피에몬테 주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이 땅에서 열심히 일하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태어나고 또 자랐습니다. 이들은 지역과 공동선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 나무는 작은 지역 교회를 대표하지만 보편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보도 주교는 생명의 상징인 전나무가 모든 이로 하여금 진정한 성탄을 기원하고, 세상의 빛이며 생명이신 예수님께로 이끌어 종종 기쁨이 없는 인류에게 예수님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예수님만이 생명에 대한 보살핌, 미소와 기쁨, 보편적 형제애와 평화를 가능케 하신다고 말했다.
성탄 나무 점등식
피에몬테 주지사 알베르토 치리오는 이 전나무가 50년 이상 된 나무라며, 안전상의 이유로 어차피 베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나무를 교황에게 기증하자는 계획은 오늘날 총 48명의 주민이 참여한 지역사회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성탄 나무는 전 세계의 성탄을 밝게 비출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자부심과 나눔의 이유”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성탄시기가 끝난 후 이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선물함으로써 형제애의 표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크라 코무네장 발레리오 카르세티는 8년 전 탄생한 아이디어의 결과로 피에몬테 주의 숲에서 성 베드로 광장까지 전나무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교황님께 우리 나무 중 하나를 선물하면 어떨까요? 자, 그래서 이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강인하고 탄력적이며, 겸손하고 우직한 이 나무는 마크라 코무네 사람들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말한 그는 “빛나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같은 작은 마을과 마찬가지로 검소한 나무가 되길 원했다”며 연설을 마쳤다. 점등의 순간이 다가오자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명의 어린이가 성탄 나무의 점등 단추를 눌렀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의 불빛이 번갈아 들어왔다.
평범함으로 우리의 신앙을 다시 제시하는 성탄 구유
행사는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의 연설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 수사들처럼 예수님 탄생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세상에 오심을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같은 놀라움과 경이로움,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당시 그레초 성탄 구유를 꾸민 등장인물들은 그곳 주민들이었으며, 사제는 방금 태어난 아기가 구원의 빵이라고 전하기 위해 구유에서 미사를 거행했다. 페트리니 수녀는 “육화는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탄 구유는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도구라며, 평범함으로 우리의 신앙을 다시 제시한다고 말했다. “성탄 구유를 묵상하며 일상의 평범함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성탄 나무는 피조물에 대한 성 프란치스코의 사랑, 그리고 환경에 대한 돌봄이 형제자매들에 대한 돌봄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는 성탄시기가 끝나는 오는 2024년 1월 7일 주일까지 계속 전시될 것이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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