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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선종한 추기경과 주교들을 위한 위령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1년간 선종한 추기경과 주교들을 위한 위령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하느님 백성의 목자로 살다 간 이들 위해 위령 미사 집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년간 선종한 추기경과 주교들을 위한 위령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십자가 위에서 나눈 착한 죄수와 예수님의 대화를 깊이 묵상하며, 주님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언제나 죄인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마음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활짝 열려 있다”며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죽으신 것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함이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목숨이 다해갈 때에도,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선사합니다.”

Tiziana Campisi

“예수님,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착한 죄수가 골고타에서 죽기 전 그리스도께 올린 이 간청을 모든 이가 자신의 기도로 삼을 수 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다. 교황은 11월 4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지난 1년간 선종한 7명의 추기경과 123명의 주교를 위한 위령 미사를 집전하며 이 같이 말했다. 50여 명의 추기경과 주교가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주님 양떼의 목자요 모범”이었으며 “교회를 사랑했던” 세상을 떠난 성직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위령 미사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위령 미사

착한 죄수는 우리 모두를 대표합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께 간청한 그 착한 죄수가 “우리 모두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가 하느님의 아드님께 드린 간청은 우리의 간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주님, 저를 기억하소서. 저를 잊지 마소서.”

“이 행위, 곧 ‘기억하다’(ricordare)라는 말을 묵상해 봅시다. 기억한다는 것은 ‘다시(ri-) 마음(cor)에 간직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사람은 극한의 고통을 기도로 승화시켰습니다. ‘예수님, 저를 당신 마음에 담아주소서.’ 그는 패배자의 절규가 아닌, 희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를 청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죄인의 기도를 들으십니다

교황은 “마지막 순간에 제자가 된 죄인”이 바라던 것은 단 하나, “자신을 받아들여줄 따뜻한 마음”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앞두고 벌거숭이가 된” 그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소중했다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언제나 그러하시듯 죄인의 기도를 들으십니다. 고통으로 찔린 그리스도의 마음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닫힌 마음이 아닌, 열린 마음입니다. 그분께서는 죽어가시면서도 죽어가는 이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죽으신 것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함이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함입니다.”

공동 집전 중인 추기경들의 모습
공동 집전 중인 추기경들의 모습

전능하신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에서 해방시키십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곁에 계신 분의 무죄를 고백한 그 죄수에게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응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교황은 “예수님께서 마음에 담아주시는 이들은 그분의 자비로 반드시 은총의 꽃을 피운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목숨이 다해갈 때에도,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선사합니다. 그리하여 사형선고를 받은 이는 구원을 받고, 이방인은 동행자가 되며, 십자가 위의 짧은 만남은 영원한 평화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가? 더 나아가, 어떻게 예수님께서 나를 만나시도록 마음을 열고 있는가? 나는 예수님께서 나를 만나시도록 내어 맡기는가? 아니면 나의 이기심과 고통, 교만 속에 갇혀 있는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 나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의롭다 여기며 ‘당신은 제게 필요 없으니 그냥 가십시오’라고 말하는가?”

구원의 희망

교황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순간까지” 인간에게 베푸신 특별한 “돌보심”에 주목했다. 교황은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과 착한 죄수가 나눈 대화를 깊이 묵상하도록 초대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성찰해 보라고 권고했다. “우리가 받은 상처를 기억하거나, 미해결된 일들에 매달릴 수도 있고, 친구와 원수를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우리 곁을 스쳐간 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판단하고 있나요? 갈라놓고 있나요? 아니면 품어 안고 있나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을 사는 우리든 어느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든,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을 향할 때 구원의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비록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더라도’(지혜 3,2 참조)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기억 안에 모든 역사를 품고 계십니다. 그 기억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연민 어린 눈길로 바라보시는 온유한 재판관이십니다. 재판관으로서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시되, 연민과 자비로 가득한 분이십니다.”

성찬전례를 거행하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성찬전례를 거행하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끝으로 교황은 선종한 추기경과 주교들을 기억하며, 이들이 하느님의 식탁에 앉아 “성인들과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도 “천국에서 그들과 함께 기뻐할 날”을 고대하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기도하자고 권고했다. “예수님, 저희를 기억해 주십시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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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1월 2024,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