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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폐막미사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며 함께 일어서는 시노드 교회가 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폐막미사 강론에서 “체념의 외투를 벗어 던지고” 인류의 고통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손을 더럽히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 속에는 “노동착취로 신음하는 아이들”과 같은 인류의 생생한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lessandro Di Bussolo

“현실에 안주하며 주저앉고 포기하는 교회가 아니라”, 눈먼 바르티매오처럼 “체념의 외투를 벗어 던지고, 우리의 눈먼 상태를 주님께 의탁하며” 세상의 길 위에서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 이러한 교회는 “세상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히는” 공동체로, “복음의 기쁨을 세상 곳곳에 전하는” 교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마무리하는 폐막미사 강론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이 같이 요약했다. 교황은 이번 시노드가 “주님께서 지나가실 때 구원의 떨림을 느끼며 복음의 힘으로 깨어나 주님을 향해 외치기 시작하는” 바르티매오와 같은 교회가 되도록 우리를 일깨운다고 말했다. 

“아무 희망도 없이 버림받은” 바르티매오의 이야기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제대에서 미사를 거행하는 동안, 제대 앞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던 교황은 연중 제30주일 마르코 복음에 소개된 바르티매오의 일화에서 강론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바르티매오는 “아무 희망도 없이 버림받은” 눈먼 거지였으나,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듣자 그분을 향해 간절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방해로 여기며 꾸짖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시며, 그 어떤 고통의 외침도 외면하지 않고 들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우리가 나눌 수 있었던 모든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이번 정기총회에 참가한 365명을 비롯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인 5000여 명의 신자들 그리고 실시간 영상매체를 통해 함께한 모든 이에게 바르티매오의 일화를 언급했다. 교황은 바르티매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자고 초대했다. 처음에 그는 “구걸하려고 길가에 앉아 있었지만”, 다시 볼 수 있게 되고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후에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서는” 사람이 됐다. 교황은 구걸하며 주저앉은 모습이 “고통 속에 갇힌”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서, 진정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만히 주저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늘 움직이고, 한 걸음씩 내딛고,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눈먼 상태로 주저앉은 교회는 안 됩니다

교황은 눈먼 상태로 주저앉은 이러한 모습이 우리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주님의 교회로서 우리 모두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을 따르는 길에서 여러 요인들이 “우리를 눈멀게 하고, 주님의 현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며, 현실의 도전에 직면할 준비를 갖추지 못하게 하고”, 때때로 “세상의 외침이 우리에게 간절히 다가오는데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질문, 우리 시대의 도전, 복음화의 시급함, 인류를 괴롭히는 수많은 상처 앞에서 우리는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 물러나 주저앉은 교회는 결국 영적으로 눈먼 상태에 빠져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목적 현안보다 자신만의 어려움 속에 안주할 위험이 큽니다.”

이어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눈먼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주님께 성령을 청합시다. 세속주의라 부를 수 있는 그 어두움에, 안락함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어두움에, 닫힌 마음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어두움에 갇히지 않도록 말입니다. (....) 이러한 우리의 어두움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지나가시는 순간을 식별하며 구원의 떨림을 느낍시다

교황은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 곁을 지나가신다”며 “우리의 눈먼 상태를 돌보시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렇게 되물었다. “나는 주님께서 지나가심을 느끼고 있는가? 주님의 발걸음을 들을 수 있는가? 주님께서 지나가시는 순간을 식별할 수 있는가?”

“시노드가 우리로 하여금 바르티매오와 같은 교회가 되도록 이끈다면 참으로 아름다울 것입니다. 곧, 주님께서 지나가실 때 구원의 떨림을 느끼며 복음의 힘으로 깨어나 주님을 향해 외치기 시작하는 제자들의 공동체 말입니다. 그 교회는 세상 모든 이의 외침을 담아냅니다.”

모든 이의 외침을 모아들여야 합니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이들, 그로부터 멀어진 이들, 무관심 속에 침묵하는 이들, 고통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노동착취로 신음하는 아이들”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 부르짖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들, 체념하며 입을 다무는 이들의 목소리까지도 우리는 담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며 주저앉고 포기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겠지만요 – 주님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히는 교회가 필요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주님을 따릅시다

교황은 바르티매오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주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는 두 번째 장면과 관련해 “이는 그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그분을 따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르티매오는 다시 보게 된 다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할 때마다, 교회로서 다시 일어나 걸어갈 힘과 용기, 담대함이 부족할 때마다, 언제나 주님과 그분의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교황은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선 바르티오매오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가 주저앉아 있거나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우시며, 복음의 빛으로 세상의 불안과 고통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눈을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길 위에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안락함에 안주하거나, 우리의 생각이라는 미로 속에 갇힌 채로는 그분을 따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길을 걸으시는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이를 늘 마음에 새깁시다. 곧, 세상의 기준에 휘둘려 혼자 걷는 게 아니라, 주님 뒤를 따라 그분과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세상의 길 위에서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하는 교회

이런 까닭에 교황은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주저앉은 교회가 아니라, 일어서 있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초대했다.

“침묵하는 교회가 아니라, 인류의 외침을 담아내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눈먼 교회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히며 복음의 빛을 전하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멈춰 있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의 길 위에서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선교하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성 베드로의 사도좌’는 사랑, 일치, 자비의 자리입니다

강론 말미에 교황은 정교하게 복원된 유구한 ‘성 베드로 사도좌’ 유물을 공경하자고 초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도좌’는 사랑의 자리이자 일치의 자리이며 자비의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남기신 명령에 따라,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랑 안에서 그들을 섬기는 자리입니다.” 아울러 최근 복원작업을 거쳐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장엄한 베르니니의 발다키노를 가리켜 “대성전의 본질적 중심, 곧 성령의 영광을 감싸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것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와 같다며, “성령의 은총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모두를 형제자매로 만들어 주시고, 그분을 향해 우리를 들어올리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며, 신앙 안에서 그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끝으로 교황은 각자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고 초대했다. “나는 주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너무 약해서 일어설 수 없다고 느끼는가? 나는 도움을 청하고 있는가?” 

“부탁드립니다. 체념의 외투를 벗어 던지고, 우리의 눈먼 상태를 주님께 의탁합시다. 일어나서 복음의 기쁨을 세상 곳곳에 전합시다.”

삼종기도

삼종기도를 바친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폐막미사를 언급하며 모든 신자들에게 “이 한 달 동안 우리가 이룬 모든 작업이 교회의 선익을 위해 계속 이어지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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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0월 2024,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