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노인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자산입니다. 혼자 두지 마십시오”
Tiziana Campisi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민족, 서로 다른 차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다이아몬드의 면처럼 “인간과 피조물의 놀라운 광채”를 드러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7일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조부모, 노인, 손주 등 약 6000명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에타 그란데 재단’(Fondazione Età Grande)이 “애정과 미소”라는 주제로 마련한 교황과의 만남 행사 참가자들이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교황과의 만남 말미에 “이탈리아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배우 리노 반피와 가수 알 바노는 참가자들에게 교황을 “전 세계의 할아버지”(nonno del mondo)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날 연설에서 교황은 세상을 다시 인간답게 만들고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타파하자고 독려하는 한편 “다양성이 우리 사이에 균열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아름다운 보화인 사랑의 다이아몬드를 깨뜨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우리 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지식이 풍부하며, 모두에게 유용한 수단을 갖춘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나눔이 없고 각자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그 모든 부요함은 사라지고 인류는 빈곤에 빠집니다. 이러한 분열과 이기심의 빈곤은 우리 시대의 큰 위험입니다.”
우리는 함께 더 나아집니다
교황은 또 “이기심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며 “사랑은 모든 세대에 걸쳐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하고, 더 부유하게 하고, 더 지혜롭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앙이 세대를 하나로 묶는다면서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떠올렸다. “저 역시 할머니를 통해 처음 예수님을 알게 됐습니다. 저의 할머니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결코 혼자 두지 않으시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서로 가까이 지내라고 촉구하시는 분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사랑으로 함께해야만 더 나아지고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 돌봄 프로젝트 개발
교황은 “혼자서 모든 일을 하고, 섬처럼 동떨어져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은 “외로움만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버리는 문화로 인해 노인이 홀로 남겨져 집과 사랑하는 이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의 말년을 보내야 하는 경우”에도 외로움이 증폭된다고 덧붙였다.
“노인은 혼자 남겨져서는 안 됩니다. 가족 내에서, 지역사회에서 모두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노인이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다면 우리는 그들을 찾아가고 그들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잠시 생각해 봅시다. 아무도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요? 이 세상은 분명 슬픈 세상입니다. 그러니 노인 돌봄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지나가는 세월이 누군가를 쇠약하게 만드는 손실이 아니라 모두를 성장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자산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감사하며 다채로운 생애주기별 프로젝트를 육성함으로써 함께 이런 세상을 만들어 나갑시다.”
가장 중요한 애정을 기릅시다
교황은 조부모가 세상의 기억이라며, 그들에게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손주들에게 설명했다.
“특히 조부모님들이 사랑과 증거로 여러분에게 애정을 기르도록 가르칠 때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애정은 강제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통해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애정은 삶을 충만케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노인은 멀리 내다볼 수 있습니다
교황은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갔을 때 예수님을 알아본 이들은 바로 시메온과 한나 두 노인이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들은 그분을 환대하고 품에 안았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그곳에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들은 모두가 기다리던 구세주, 메시아가 오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신비를 깨달은 것은 노인들이었다”며 “노인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멀리 내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전쟁이 얼마나 나쁜지 등 가르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이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멋진 노래도 가르쳐 주셨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들려드릴까요? 피아베 전선에서 병사들은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카도르나 장군은 트리에스테의 해방을 위해 떠났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네. 여왕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네. 트리에스테를 보고 싶거든 엽서 그림이나 보세요.’ 정말 멋지죠! 병사들이 이렇게 노래했답니다.”
조부모를 소홀히 대하지 마세요
교황은 “노인의 소외는 개념적이든 실천적이든 노년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계절을 부패하게 만든다”면서 조부모를 소홀히 대하지 말고 찾아 나서라고 권고했다.
“여러분은 노인들의 강인한 사랑과 약함으로부터 지혜를 배우십시오.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가르칠 수 있는 ‘교도권’이며 마음이 굳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참된 묘약입니다. 노인을 통해 배우는 지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관계로서의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황은 조부모와 손자,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모일 때, 서로 자주 보고 돌볼 때 사랑이 피어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를 “세상과 사회를 새롭게 하는 맑은 공기”이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전하신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대가족으로 사랑하는 기적을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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