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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종교와 국적이 다른 여성 재소자 12명 발 씻김 예식 “하느님은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8일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에서 3세 아들을 둔 어머니를 포함해 다양한 구역의 여성 재소자 200여 명 앞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주례했다. 나이, 국적, 종교가 다른 여성 재소자들이 박수갈채와 눈물 그리고 “교황님 만세!”를 외치며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이날 강론을 통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데 결코 지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미사에 참례한 이들과 인사와 포옹을 나누며 선물을 교환했고, 주님 부활 대축일 달걀도 전했다. 교황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한 여성을 위로하기도 했다.

Salvatore Cernuzio 

“오, 당신은 나의 생명이시고 내겐 당신밖에 없나이다!” 이는 올해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거행하고자 로마 외곽의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며 여성 재소자들로 이뤄진 합창단이 부른 성가곡이다. 이 자리에 교도관과 봉사자를 비롯해 “제17구역”이라는 명찰을 달고 교정 사목 소임을 수행하는 수녀들(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동정녀회)도 함께했다. 이들은 전례 소책자를 배포하고 의자들을 정렬함은 물론 교도소 내 온실에서 여성 재소자들이 직접 재배한 회향, 양파, 아티초크 등 다양한 채소를 담아 바구니를 준비했다. 교도소 축구팀이 경기하고 훈련을 받는 축구장에 200개 이상의 의자가 마련됐다. 교황은 문화행사나 기념식 및 시상식이 열리는 이 공간에서 국적, 나이, 종교가 다른 12명의 여성 재소자를 대상으로 매년 성목요일 항상 그래왔듯이 감동적인 발 씻김 예식을 거행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이 예식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섬김의 길을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다.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에 도착한 교황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에 도착한 교황

다양한 인간 군상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에서 최종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300명의 재소자 중 연로하거나 병환이 위중한 이들을 제외한 200여 명이 전례에 참석하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서서 이동했다. 이 가운데 3세 아들 자이로 막시모 군과 함께 9개월 복역 중인 젊은 엄마도 있었다. 몇몇은 벌써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몇몇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으며, 몇몇은 지팡이나 동료 재소자의 부축을 받아 걷고 있었다. 이들의 국적은 나이지리아, 페루, 필리핀,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를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재소자는 롬인(집시)들이다. 교도관들은 “카메로티!”(Camerotti) 또는 “셀룰라리!”(Cellurari)라고 외쳤다. 이는 교도소 내 구역을 구분하는 명칭들이다. ‘카메로티’는 중간 보안 구역으로 절도, 강도, 불법 거래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수감돼 있고, ‘셀룰라리’는 고위험 보안 구역으로 마피아 조직의 주요 지도자들이 수감돼 있다. 잘 알려진 로마 클랜의 일부 조직원들도 셀룰라리에 있다. ‘Z’ 구역은 사법 협조자들의 가족을 보호하는 곳이다. 아울러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재소자들을 위한 구역으로 ‘의무실’이 있다. 젊은이, 노인, 수척한 이, 초췌한 이, 짙게 화장하거나 문신한 이, 눈에 띄는 상처가 있거나 입술에 피어싱을 한 이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껌을 씹거나 화려한 색상의 운동복, 운동화, 슬리퍼를 신은 사람도 있었다. 젊은이들 가운데 몇몇은 이 미사를 위해 머리를 땋았고 다른 몇몇은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었지만, 거의 모두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묵주를 목에 걸고 있었다. 한 젊은 재소자가 목발을 짚은 친구에게 “자, 내가 도와줄게”라며 묵주를 목에 걸어주자, 친구도 십자가에 입을 맞췄다. 

환호와 박수갈채, 교황의 인사 

성가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교황을 기다리던 재소자들은 교황이 나디아 폰타나 교도소장의 환대를 받으며 오후 4시 직전에 파란 철문을 통과하자 “자유, 자유” – 미사가 끝난 후에도 반복된 – 라고 외치며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젖은 풀밭 사이로 난 대리석 길을 따라 입장했다. 레비비아 여성 재소자들과 함께 수녀들도 “교황님 만세!”를 외쳤다. 교황은 의자가 정렬된 곳으로 입장하면서 팔을 벌려 재소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재소자들은 다시 한번 함성을 터뜨렸고, 어떤 이는 사람들을 밀치면서 몸을 던져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교도관들은 “천천히, 천천히” 하라고 당부했다. 몇몇은 “내가 해냈어요!”, “두 번이나 교황님과 인사를 나눴어요”라고 소리쳤다. 교황은 계속해서 재소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천막 안으로 입장해 제의로 갈아입은 후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시작했다. 

교황의 강론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주도적인 참여가 이뤄진 미사였다. 교황은 강론에서 복음의 두 가지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이야기에 주목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낮추셨습니다. 이 행위를 통해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당신의 말씀을 우리가 알아듣게 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섬김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두 번째로 주목한 “슬픈” 이야기는 “사랑을 이어가지 못했던 유다가 돈과 이기심으로 나쁜 일을 하게 된” 사건, 곧 “유다의 배신”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그저 용서를 구하라고 요구하실 뿐입니다.” 교황은 이어 “지혜로운” 노부인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용서하시는 데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용서를 청하는 데 지치는 쪽은 바로 우리입니다.’ 오늘 우리는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합시다. 우리는 모두 늘 크고 작은 실패를 겪으며,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언제나 두 팔 벌려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며, 용서하시는 데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주례하는 교황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주례하는 교황

국적과 종교가 다른 12명의 여성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거행된 발 씻김 예식

교황은 강론을 마친 후 발 씻김 예식을 거행했다. 불가리아, 이탈리아, 롬인(집시), 나이지리아, 페루,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국적과 종교가 다른 40-50대 여성 재소자 12명이 단상 위로 올라가 나무 의자에 앉았다. 교황은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하는 나이 많은 여성 재소자를 시작으로 발 씻김 예식을 거행하며 발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듯했다. 흰옷을 입은 한 여성은 손수건에 얼굴을 대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이는 교황에게 입맞춤을 보냈다. 교황의 발 씻김 예식이 끝나자 12명의 여성 재소자는 몸을 굽혀 저마다의 언어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발 씻김 예식
발 씻김 예식

선물과 포옹

미사를 마치자 새롭게 군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으며 첫 번째 줄에 앉은 두 자매는 서로를 보듬고 눈물을 흘렸다. 어떤 이는 긴장된 분위기를 덜어내려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한편 3세의 어린아이 자이로 군은 유모차를 타고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미사가 끝날 무렵 초콜릿으로 만든 달걀을 선물하는 교황에게 다가갔다. 교황은 레비비아 여성 교도소의 모든 이를 위한 선물로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성모님 성화를 전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그림은 누군가 제게 그려서 선물한 것인데, 이 그림을 받자마자 여러분이 생각났습니다.” 아울러 자녀들과 멀리 떨어져 고통을 겪는 모든 여성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알바니아 국적의 여성 재소자 한 명이 교황에게 다가와 자기 자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자, 교황은 그녀에게 묵주를 선물했다. 교황은 교도소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모든 재소자에게 묵주를 나눠줬다. 또한 세네갈 출신의 조이아 씨와는 휠체어를 탄 같은 처지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앞으로 나와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눈물을 흘리는 아프리카 출신 여성 재소자를 위로하는 교황
눈물을 흘리는 아프리카 출신 여성 재소자를 위로하는 교황

눈물을 흘리는 여인을 위로하는 교황

교황이 ‘의무실’로 가는 길에 아프리카 출신의 한 재소자가 두 명의 교도관에게 기대어 큰 소리로 흐느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는 미사 중에 이미 괴로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녀는 자신을 토닥이며 달래는 교황에게 이렇게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 “너무 괴로워요. 더는 견딜 수 없어요. 너무 힘겨워요.” 교황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녀에게도 기도하라고 초대했다. 

성공과 어려움

‘의무실’에서는 교도관, 자원봉사자, 수감자들이 반원형으로 서서 교황과 악수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렸다.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진 한 재소자가 “참 아름다운 날”이라고 외쳤다. 교황은 ‘의무실’을 위해 “축 부활”이라는 문구가 담긴 초콜릿으로 만든 거대한 달걀을 선물했다. 끝으로 교황은 작은 접견실에서 교도소장과 인사를 나눴다. 교도소장은 미사 말미에 교황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이곳을 방문하신 교황님 덕분에 재소자들의 마음이 온기를 얻었습니다. 교황님 덕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살리는 한 줄기 햇살을 만났습니다.” 교도소장은 교황에게 교도소 내부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주황색 벽돌로 이뤄진 담벼락 안에서 기록되는 “성공들”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교황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한 후 바티칸으로 돌아가기 위해 승용차(피아트 500L)에 오르기 전 미사 때 몸이 아파 만나지 못한 재소자와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교황에게 달려와 포옹하고 교황의 축복을 받았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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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월 2024,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