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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을 만난 교황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을 만난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사제들에게 “스스로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는 착각이 모든 학대의 근원… 하느님 백성을 가까이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8일 교황청 성직자부 주관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세속적으로 행동하거나 노이로제에 걸린 모진 이들처럼 행동하지 말고 하느님 백성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현실에서 멀어져 스스로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고 느끼는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해성사를 하는 이들을 “항상 용서”하고 “온화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Salvatore Cernuzio

사제는 사업가가 아니라 섬기는 이, 봉사자다. 가르치기에 앞서 삶으로 증거해야 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다. 모든 형태의 학대의 근원인 “현실에서 멀어져 스스로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고 느끼는 위험”을 물리치기 위해 하느님 백성의 고통과 기쁨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러 오는 이들에게 “신학강의”를 나열하지 않고 온화하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8일 교황청 성직자부가 주관한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이 같이 사제 직무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도구 및 언어 

2월 8일 오전,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온 사제 1000여 명이 바오로 6세 홀에 모였다. 교황이 애정을 담아 “한국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부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지난 2월 6일부터 오는 2월 10일까지 사제 지속 양성의 모범사례와 도전, 문제점과 미래 전망을 토론하고 성찰하는 이번 회의를 두고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성소의 “불을 다시 지피는” 한편 “사제 지속 양성에 도움이 되는 도구와 언어”를 함께 모색하기 위한 회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제들에게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려됩니다. 두려울 정도입니다.”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가르치기에 앞서 삶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사”, 곧 사제직을 되살리는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바로 △복음의 기쁨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자각 △생명을 낳는 봉사다. 먼저 복음의 기쁨과 관련해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오는 기쁨이라며 “개인주의의 암울함, 사랑과 희망이 없는 무의미한 삶의 위험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기쁨을 선포하며 “가르치기에 앞서 삶으로 증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스승이 되기 전에 삶으로 증거하는 이들이 돼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증거자가 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중요합니다. 증거자가 될 수 없다면 슬픈 일입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사업가” 방식은 안 됩니다

교황은 “복음의 기쁨을 받아들이고 간직해야만 다른 이들에게도 이 기쁨을 전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양성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언제나 여정을 떠나는 제자라는 사실, 이것이 은총으로 매순간 우리에게 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봉사할 줄 모르는 사제, ‘사업가’ 길을 택한 사제들을 발견합니다. 제자 의식을 상실한 그들은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합니다.”

통합적 인간 양성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은총이 항상 본성을 전제로 한다며, 이러한 까닭에 “통합적인 인간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로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외형적인 종교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인간적 자질을 연마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와 반대되는 것이 “세속적인” 사제라고 지적했다. “세속적인 것이 사제의 마음에 들어오면 모든 것을 망칩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황은 인간적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쏟으라고 당부했다. 

“노사제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가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요. 흥미로운 대목이죠. 우리 인성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영으로 변화된 인성을 통해 복음의 위로가 하느님 백성에게 전해지도록,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노인들을 보살피며 좋은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목의 어려움에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온전한 인성을 겸비한 사제가 필요합니다.”

교황은 “복음의 인간화 역량”을 잊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진 사제”가 되어 “꼰대”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국제 회의’ 참석자들

함께 가야 합니다

두 번째 길은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감각을 키우는 길이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 함께 선교하는 제자가 돼야 한다”며 “하느님 백성의 온전한 일원이 돼야만 사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노력을 지탱”하며, “사목적 고민에 동행”하고, “현실에서 멀어져 스스로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고 느끼는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이 측면이 모든 형태의 학대의 근원이므로 경계해야 합니다.” 

교황은 사제 양성을 “동떨어진” 차원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제와 평신도, 남성과 여성, 독신자와 기혼자, 노인과 젊은이 등 “하느님 백성의 기여”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배울 것이 많은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교회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성소, 직무와 은사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뤄집니다.” 이에 따라 교황은 오늘날 사제들에게 “시노달리타스 실천”을 당부했다. 교황은 “함께 가야 한다”며, 사제는 언제나 자신이 속한 사람들과 함께할 뿐만 아니라 주교 및 형제 사제들과도 함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제들 간의 형제애를 결코 소홀히 하지 맙시다!” 아울러 우리의 뿌리를 잊지 말자고 말했다. “여러분의 뿌리, 여러분의 역사, 가족의 역사, 민족의 역사를 기억합시다. 사제는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제는 하느님 백성 출신이거나 노이로제에 걸린 ‘귀족’ 출신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한 아버지와 어머니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길은 ‘생명을 낳는 섬김의 길’이다. 교황은 “섬김은 그리스도의 봉사자의 신분증”이라고 말했다. “사제 양성은 사람들을 섬기고, 그들의 삶을 섬기고, 그들의 여정을 격려하고, 그들의 식별을 돕고, 그들의 어려움에 동행하고, 사목적 도전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양성된 사제는 하느님 백성을 섬기고, 하느님 백성을 가까이하며,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모든 이를 위해 기꺼이 책임을 집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낳는 방식이다. 교황은 “우리에게 맡겨진 사람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때 하느님의 생명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생명을 낳는 사목 활동의 비결입니다. 이는 우리가 중심이 되는 사목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아들딸들을 새 생명으로 낳는 사목, 복음의 살아 있는 물을 인간의 마음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토양에 부어주는 사목입니다.”

언제나 용서하십시오

교황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잠시 내려 놓고 참석한 모든 사제들과 함께 사제 직무의 근본적인 측면 중 하나인 고해성사에 초점을 맞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자비를 베푸는 데 지치지 마십시오. 언제나 용서하십시오. 사람들이 고해성사를 하러 오는 것은 용서를 구하러 오는 것이지 신학강의를 들으러 오는 게 아닙니다.” 교황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초대했다.

“항상 용서하십시오. 용서에는 환대의 은총, 어루만짐의 은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언제나 내면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항상 용서하세요.”

교황은 또 “온화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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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월 202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