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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립 생명학술원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는 교황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기술이 인간의 심오한 본성을 훼손하면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2일 콘치스토로 홀에서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회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2월 12-14일 열리는 총회에서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의 패권”을 막으며 다양한 학문을 어우러지게 하는 인간학적 모델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Alessandro De Carolis

알고리즘이 인간 문제의 일반적인 척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곧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2월 12-14일 “인간: 의미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총회를 개최하는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의 성찰에서 시작된 기본 고찰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2일 오전 총회 참가자들에게 행한 연설도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와 인사를 나누는 교황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와 인사를 나누는 교황

더 넓은 지평 안에서

우선, 교황은 “자연적 과정과 인공적 과정”을 구분해 전자는 “진정 인간적인 것으로”, 후자는 “인간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인간에 반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타당하지 않다”고 정의했다.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지식을 더 넓은 의미의 지평 안에 자리매김함으로써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의 패권을 막아야 합니다.”

교황은 “기술이 제공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인간을 복제하려는” 발상이 성경에 나오는 고대 바벨탑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종종 단순히 “파괴적인 징벌”로만 치부되곤 하는 하느님의 개입을 면밀히 살펴보면 단일 사고방식의 흐름에 대응하는 일종의 “긍정적인 축복”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로 이 이야기는 인간 언어의 다양성을 통해 ‘단일 사고방식’으로 흐르는 경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나타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한계와 취약성을 직시하고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며 서로 돌보도록 도전을 받게 됐습니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회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교황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회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교황

“책임감 있는” 창의성

교황은 “말하는 기계”를 만들어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인류에게는 신과 유사한 “창조 행위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이끄는 “교활한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간에게 맡겨진 창의성을 어떻게 책임감 있게 발휘할 수 있는지 식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과학과 기술의 자원을 통합해 인간의 비길 수 없는 특수성을 재인식하고 증진할 수 있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꾸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교황은 이러한 “문화적 과업”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상호 경청과 비판적 성찰”을 통해 우리의 지식을 재편하고 “지식의 나열”을 넘어 “상호 교류”로 이뤄지는 “일종의 문화 연구소”인 “초학제적 교류”에 바탕을 둔다. 두 번째 방식은 생명학술원의 “시노드적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이는 자꾸 뒤를 돌아보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미개척, 미지의 길을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열린 마음을 수반하기에 까다로운 과정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스도교’는 자신이 뿌리를 내린 ‘모든 문화에서’ 의미 있는 전통적인 요소를 흡수하고 이를 복음 안에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비춰 ‘재해석’하며 다양한 문화적 상황에 존재하는 언어적, 개념적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언제나 중요한 공헌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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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월 2024,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