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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소셜미디어와 사회의 폭력적인 말을 멀리하고, 하느님 말씀의 온유함을 품읍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1일 제5차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했다. 교황은 지난 2019년 9월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통해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한 바 있다. 교황은 강론에서 신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네 복음서 중 적어도 하나의 복음서를 다 읽었나요?” 이어 “복음서는 생명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신자들이 별로 없다”며, 신자들에게 항상 주머니나 가방에 복음서를 들고 다니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이날 평신도 남녀에게 독서직 및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말씀의 “온유함”,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의 온유함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가상과 현실 사회에서 폭력적인 수사를 담은 갖가지 말들이 서로 뒤섞여 남발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교황은 1월 21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를 통해 모든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말씀 주일의 근본이 되는 초대, 곧 성경을 개인과 공동체 생활의 중심에 두라고 초대했다. 

“이 세상이 목말라 하지만 찾지 못하는 생수를 내어주기 위해 원천으로 돌아갑시다. 사회와 소셜미디어에 만연한 폭력적인 말을 멀리하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의 온유함에 더 귀를 기울입시다.”

11명의 평신도에게 독서직 및 교리교사직 수여

교황은 지난 2019년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통해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공표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5000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했으며, 신자들에게 마르코 복음서를 나눠줬다. 올해 주제는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나의 제자가 된다”(요한 8,31 참조)이다. 미사 중 2명의 여성은 교황으로부터 독서직을, 9명은 교리교사직을 받았다. 이들은 브라질, 볼리비아, 한국, 차드, 독일, 앤틸리스 제도에서 온 남녀 평신도 신자들이다. 교황은 강론에서 강조한 것처럼 “하느님께로 이끌고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말씀을 선포하고 또 알리는 사명을 상징하는 성경책과 십자가를 이들의 손에 쥐어줬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자기 자신 안에 가두지 않고, 마음을 넓히고, 방향을 바꾸고, 안일한 생각을 뒤집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예상치 못한 지평을 열어줍니다.”

교리교사직 평신도들에게 십자가를 수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리교사직 평신도들에게 십자가를 수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하느님의 말씀으로 변화된 삶

교황은 “갖가지 말에 빠져 사는” 이 세상이 “때때로 경시하곤 하면서도 목말라하는” 하느님 말씀을 증언하는 제자들이 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하느님의 친구들, 역사 속 복음의 증거자들과 성인들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이 그들 각자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사 중 복음의 한 구절에 감명을 받아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성 안토니오, “하느님 말씀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자 삶의 결정적인 전환을 맞이한” 성 아우구스티노, “성 바오로의 서간을 읽으며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도한 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전하라고 당부하신 복음서를 읽으며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 내가 구하는 것, 내가 온 마음을 다해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외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들의 삶은 생명의 말씀, 곧 주님의 말씀에 의해 삶이 변화됐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중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요?”

말씀에 “귀머거리”가 되지 마십시오

교황은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수차례 듣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말씀에 ‘귀머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말의 홍수에 휩쓸려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귀 기울이지 않고, 귀 기울이면서도 지키지 않고, 지키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위험한 현실입니다.” 교황은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정작 기도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경을 읽을 땐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이뤄지도록 기도가 뒤따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오늘 복음이 예수님의 말씀에서 흘러나오는 두 가지 몸짓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르 1,18). 

“우리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우리를 얽어매는 안락함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말씀을 꾸준히 만나는 이들은 과거의 속박에서 치유를 체험합니다. 살아 있는 말씀이 그들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하느님과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에 대한 기억을 접목시켜 상처 입은 기억을 치유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우리의 생각과 문제가 아닌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과거와 현재 우리가 짊어진 짐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고 진리와 사랑으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말씀이 “작고 감춰져 있지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썩지 않는 씨앗”을 영혼 속에 심어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지내는 것이 우리가 예수님 말씀을 귀담아듣는 데서부터 생겨나는 신앙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온갖 말들과 기사들이 넘쳐납니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생명의 말씀을 우리가 재발견하도록 도와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그분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더 많이 말하게 될 것이고,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보다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문제에 골몰할 때가 더 많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

언제나 복음서를 들고 다니십시오

교황은 모든 신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위한 공간을 어디에 마련하고 있나요? 수많은 책, 신문, 텔레비전, 전화기가 있겠죠. 그런데 성경은 어디에 있나요? 내 방에, 복음서가 가까이 있나요? 나는 내 인생의 길을 찾기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있나요? 가방에 작은 복음서를 들고 다니며 읽고 있나요?”

교황은 강론 말미에 수년 동안 여러 번 반복해온 초대를 이어갔다. “주머니에, 가방에, 휴대폰에 언제나 복음서를 넣고 다니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신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네 복음서 중 적어도 하나의 복음서를 다 읽었나요?”

“복음서는 생명의 책입니다. 간단하고 짧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신자들은 별로 없습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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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월 2024, 16:51